신성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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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명사와 함께(6) 최재승 민주당 의원_미식문화칼럼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8.06.28 17:45
조회수
811
돈 벌고 성공해도 그때 음식맛 그대로… 서린동 일식집 ‘신성’
민추협시절 단골집…전라도 갓김치맛에 입맛돌아



3월14일이 무슨 날인지 아세요?”라고 물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흔히들 고리타분하다고 하는 정치를 ‘전공’하는 분인데다 나이도 50대 중반이나 됐으니 발렌타인 데이, 화이트 데이 등 젊은이들의 풍속도에 둔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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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면에 너무 무안하게 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겠거니싶어 필자 나름대로는 “2월14일 발렌타인 데이와 관계 있는 날”이라는 힌트까지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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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예상과 달리 최재승 의원은 오히려 당연한 것을 왜 묻느냐는 듯한 표정으로 “화이트 데이 아니냐”고 되묻는다. 필자가 “아니! 그런 것까지… 별 걸 다 아시네요”라고 감탄하자 최의원은 “사람들이 날 잘 몰라 그러는데 나도 알고 보면 부드럽고 섬세한 남자”라고 말문을 이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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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라는 직업상 말조심, 행동조심을 생활화하다 보니 평소 얼굴 표정이 자신도 모르게 굳어 보이는 경향이 있지만 어쩌다 시간이 돼 TV의 밤늦은 영화를 혼자 시청할 땐 자주 눈물을 흘리는 스타일. 속은 여느 사람보다 더 희로애락의 감정이 풍부한 최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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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아무래도 웃음에는 짠 듯하다. 인터뷰 도중 소리내 크게 웃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대신 간간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는 것으로 마음을 표현하곤 했다. 그런데 ‘씨익’ 머금은 미소가 마치 수줍은 소년이 부끄러움을 감추려는 듯한 모습과 꽤나 닮아 보였다. 아직 마음속에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남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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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최의원이 ‘동교동 가신’으로 알려졌듯, 의리와 인연을 중시하는 사람으로 일식집 ‘신성’(02-733-6671•서울 종로구 서린동)은 최의원의 그런 ‘특성’이 스며 있는 집이다. 신성에 다니기 시작한 것은 공군장교 제대 후였다. 최의원 말대로 군 제대 후 잠시 백수(?)였던 그 시절, 친구들을 따라 몇 번 가 봤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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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지금의 ‘신성’ 문채환 사장은 주방 보조에 불과했다. 벌써 26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에 ‘최재승 학생’은 재선 국회의원으로 성장했고 ‘일식당 보이 문채환’은 고건 서울시장, 진념 기획 예산처 장관 등 VIP가 단골로 다니는 격조 있는 일식집 사장으로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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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은 겉에서 보기엔 화려하지 않다. 차려내는 음식 또한 겉모양처럼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음식맛은 일품이다. 물 좋은 싱싱한 생선살은 단단하고 쫄깃하다. 양도 많아 2~3인분으로 4사람이 배불리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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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업원들은 생선회가 손님상에 약간 부족하다 싶으면 선선히 더 가져다 준다. 더구나 생선회와 함께 제공되는 생선조림이나 먹갈치 구이 등 곁들임 음식의 맛도 별미다. 이곳에서만 제공되는 전라도식 갓김치나 배추김치는 일식과 묘한 조화로 맛의 즐거움을 더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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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의원은 ‘신성’이 예나 지금이나 건물도, 사람도, 음식도 변함이 없어 좋다고 말한다. “돈 벌었다고, 성공했다고 목에 힘주거나 장사 잘 된다고 음식맛은 소홀히 한 채 겉치장에만 치중하는 집들이 한둘이냐”며 반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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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가 생겼을 때 동교동계, 상도동계 할것 없이 여러 사람들이 ‘민추협’ 사무실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신성’을 다함께 찾았다. ‘신성’의 단골 손님 중 상당수 정치인이 최의원의 소개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 한화갑 의원, 한나라당 김덕룡 부총재 등도 자주 들르는 ‘신성’의 고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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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에 얽힌 정치 뒷얘기를 듣다 보니 자연스레 최의원의 말수가 느는 듯싶어 사생활쪽으로 화제를 돌렸다. 최의원은 “요즘 선거를 앞두고 취미 생활이고 운동이고 도대체 시간이 없어 일요일도 없이 바쁘다”며 “어디 조용한데 가서 며칠 동안 잠이라도 푹 자거나, 우리나라 이곳저곳 여행 좀 할 수 있다면 정말 소원이 없겠다”며 한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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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서는 외아들 최주현(26세)이 ‘아버지보다 나은 인물’로 성장해 준 모습에 그저 고맙고 최의원를 기쁘게 하는 유일한 개인적 낙이라고 한다. 최의원은 하루 50~70여건의 면담 일정을 소화해 내야 하는데 그중 90%는 민원인이라는 것. 그러다 보니 오후 5시가 되면 눈꺼풀이 절로 감길 정도로 녹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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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이게도 사람 만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를 다시 사람 만나는 것으로 푼다고 한다. “의기투합할 수 있는, 마음 맞는 사나이들과 늦은 저녁, 하루를 마무리하며 진솔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했다.



(ECONOMIST 528호에 '송희라의 음식이야기'라는 타이틀로 연재)